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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2004년 관람 이야기 1. Ramin Karimloo의 라울.

2004년에 다녀왔던 유럽여행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던 것은 내 덕질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경험을 어디다 제대로 글로 적어 놓은 적이 없었다. 이번 25주년 기념 공연에 대한 감상을 쓰려니 이 시절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는데, 따로 언급한 적이 없다 보니 한없이 길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아예 마음먹고 천천히 적어 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팬텀 오리지널 캐스팅 앨범(OLC)만 주구장창 돌려듣던 내가, 런던에서 JOJ+라민 버전을 대여섯 번 관람하면서 팬텀덕후+라이트뮤덕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이야기이다.



  04년 이전의 나는 뮤덕이 아니었다. 02년에 팬텀 라이센스 공연을 본 적이 있었지만, 한 번 봤으니 그걸로 족한 상태였다. 여기(http://xuania.egloos.com/2453671)에도 썼듯이, 'CD와 비슷해서' 좋아하던 상태였으니 말 다했지. 런던에서 첫 티켓을 끊을 때만 해도 나는 '전에 본 공연이지만 영어판으로 한번 더' 보는, 말하자면 성지순례 혹은 유적답사에 나서는 기분으로 티케팅을 했었다. 맘마미아와 레미제라블 CD를 MP3로 변환해서 가져갔으니 뮤덕이 될 가능성이야 있었을지 몰라도, 봤던 걸 또 봐도 괜찮을라나 하는 마인드가 있었으니까 머글이었던 거다. 그러나 이 여행에서 나는 John Owen-Jones(JOJ)의 팬텀과 Ramin Karimloo의 라울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 계획했던 유럽여행은 각 나라를 돌며 그 나라판 CD를 미친듯이 찾아 헤매거나 다른나라 버전 공연에 맞춰 여행일정을 재조립하는 팬텀덕질로 변했다;
  사실 내가 뮤덕질하면서 공연장 회전문 돈 건 이 시기밖에 없다... 랄까, 이 시기에 25% 할인된 1층 앞줄이 한국돈 7~8만원 정도였는데 그 가격에 회전문 돌던 기억을 갖고 한국에서 10만원 훌쩍 넘는 티켓을 지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나마 그때 파운드가 미친듯이 비쌌던(1파운드=2200~2300원대) 때였고, 파운드만 사정없이 떨어진 지금 환율로 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당시 나는 라민의 라울을 보기 위해 관람을 반복했고, JOJ의 팬텀을 두 번째 보고서 같은 공연을 회차나 배우 바꿔가며 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이쪽 용어로 회전문을 돌게 한 것은 라민이고, 나를 뮤덕으로 만든 것은 JOJ라고 할 수 있겠다. 라민에 낚이지 않았으면 뮤덕도 안 됐을 테고 JOJ의 매력도 잘 몰랐을 테지만, 결국 후유증 오래 남는 건 JOJ더더라고.
  두 사람의 캐릭터 특징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대략 다음과 같다.
  - 라민의 라울 : 미모, 젊음, 혈기, 사내놈, 도시남자(?), 기복;;;;;
  - JOJ의 팬텀 : 미성, 마왕, 파워, 성깔, 격정, 버럭, 자존심, 철통성대; 안쓰러움, 귀족적
    (주의사항 : JOJ 팬텀에 '귀족적' 과 '안쓰러움' 은 있으되 '신사적' 이나 '애처로움' 은 없다 ^^)




  우선 라민의 라울부터. 내가 얘한테 낚인 건 일단은 이쁜 애가 노래도 잘 해서였다. 목소리야 나중에 팬텀 - 장발장 루트를 탔다는 걸로 대충 설명이 가능하고, 미모를 설명하기 위한 사진은 다음과 같다.
(왼쪽이 앙졸라스, 오른쪽은 마리우스)

  사진들은 둘 다 2004년 가을에 레미즈의 앙졸라스로 투입되면서 찍힌 사진이다. 03년 가을에 라울로 찍은 사진도 있는데 그쪽보다는 이 사진이 실물에 더 가깝게 나왔다. 라울 사진 찍을 때는 머리카락을 좀 곱슬거리게 세팅해 놓은 것이 꽤 느끼한 데다 사진발도 영 안 받아서 별로다. 런던에서 묵던 민박집에서 팬텀 프로그램으로 열심히 영업했었는데, '느끼해서' 종종 실패했었지;;
  최근 웹을 다니다 보니 이번에 나온 팬텀 25주년이나, 혹은 한 해 일찍 레미제라블 25주년 콘서트 영상에서 라민의 외모에 넘어간 사람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나는 그 영상들로는 도저히 만족 못 하겠는 게, 20대 시절의 파릇파릇한 라민을 무대에서 생으로 봤었으니까. 특히 레미즈 25주년에서 실망했다. 팬텀 2년 뛰는 동안 피부가 맛이 갔는지 확 늙어 있더라고.

  낚인 이유는 간단하지만, 얘가 아직까지도 나한테 있어서 오래도록 베스트 라울일 수 있는 이유는 캐릭터 해석에 있다. 혈기 넘치는 사내놈이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도시청년이 바로 라민의 라울이었던 것.
  런던에서 첫회를 관람하던 시기, OLC를 듣고 또 들어 마이클 크로포드와 사라 브라이트만에 쩔어 있던 나였지만 스티브 바튼의 라울은 그냥 그랬었다. 너무 순둥이처럼 부드럽기만 한 데다, 크리스틴의 소꿉친구라기엔 너무 노티나는 듯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라민의 라울은 혈기왕성한 20대 청년 느낌이 제대로 났다. OLC의 라울이 애초에 별로였던 터라, 크리스틴과 동년배로 보이는 이 라울은 보자마자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25주년판 해들리 프레이저의 라울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피끓고 성질도 종종 부리는 젊은 라울이, 또 크리스틴과 1:1로 붙는 씬에서는 더없이 스윗하게 변신한다. All I Ask of You는 말할 것도 없고, 2막에서 제 애인을 미끼로 사용할 계획을 짜는 녀석이 막상 크리스틴한테 미끼 하자고; 조를 때는 그렇게 달달할 수가 없다. All I Ask of You를 부르면서도 제 성질 못 이겨 이 앙다물고(^^) 노래하던 해들리 라울과 달리 이건 그야말로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도시남자가 아닌가!
  라울 캐릭터가 피끓는 사내놈 + 크리스틴한테 간 쓸개 다 빼줄 것 같은 호구;의 두 측면을 다 갖기가 쉽지 않다. 엔간해서 둘 중 한 쪽이거나 이도저도 아니기 쉬운데, 그리 경력이 길지도 않던 배우가 그걸 해 냈다. 연기력을 타고나서 -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다른 라울들은 다 연기가 꽝이었다는 얘긴데 그럴 리는 없지. 그보다는 당시 이미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 는 씁쓸한 결론을 다른 날도 아니고 바로 첫날에 인터넷 서핑하다가 얻었다 orz 만 25살 주제에 벌써 유부남에다, 어쩌면 애까지 딸렸을지 모르겠다 싶은 멘트들이 홈페이지에 좀 있더라고. 하긴 엔간해서 총각이 저게 될 리가 없지. 저 이상적인 라울은 와이프의 튜닝이 빚어낸 결과임이 틀림없으렸다, 쳇.

  여기까지 열심히 찬양을 해 댔지만, 사실 라민 본인에게는 크게 깔 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노래에 기복이 심하다는 점.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살짝살짝 원음보다 더 높은 소리로 음이탈을 하거나, 노래 가사 일부를 애드립 치듯이 대사처리해 버리곤 했던 것이다. 지쳐서 있는 기운 다 뽑아다 하다 보니 텐션이 올라가서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위에 따뜻한 도시남자 어쩌고 했지만, 이렇게 컨디션 나쁜 날에는 스윗라울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냥 사내놈만 남아서 All I ask of You를 부르는데 이마에 핏대 서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암만 그래도 해들리 라울 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렇게 노래 날려먹는 날이 은근히 많았다. 라민의 라울을 5회 보았는데, 그 중 세 번에서 크고 작게 All I ask of You를 말아먹었으니까.
  이게 얼핏 들으면 굉장히 연기에 몰입하느라 흥분해서 그런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연기겠거니 했었는데, 점점 반복해서 보다 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다. 당시 JOJ도 크리스틴으로 나오는 배우에 따라 텐션을 약간씩 조절하곤 했는데, 라민의 텐션은 상대역과 상관없이 오직 무대를 많이 달렸는지 아닌지에 따라 유지되느냐 올라가느냐가 갈렸다. 게다가 All I ask of You에서 흥분하며 핏대 세우던 라울이 막상 2막 Notes에서는 스윗해지고 앉았고; 그러는 걸 보고 있으면 아까 그 곡 망친 거 맞구나 하면서 쓴웃음이 절로 나오곤 했다.
  그래도 목소리는 여타 배우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편이었다. 상대가 JOJ라 다행이지, 다른 팬텀이었으면 얘가 제대로 하는 날에는 소리로 발렸을지도 모른다. 당시 공연을 보면서 이 단점만 고치면 나이 더 들어서 팬텀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예상은 반만 맞았는데, 팬텀을 하긴 했으되 텐션 올라가다 못해 노래 날려먹는 버릇은 못 고쳤더라고. LND CD 듣고서 아 괜찮아졌네 했다가, 이번의 25주년 팬텀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하긴 라이브면 몰라도 레코딩에다 망한 노래를 떡하니 실어 줄 리가 없지;;
  한동안 유튜브를 거의 안 보고 살다가(봐도 JOJ만 팠었고) 간만에 라민 중심으로 유튜브를 좀 뒤져 보니 노래 침착하게 제대로 하느냐 아니냐는 여전히 반반인 듯하다. LND에서 다른 곡도 아니고 Till I Hear You Sing을 애드립처리하는 직캠도 있는 걸 보니. 그 노래 실제 공연에서는 1막 시작하면서 부른다던데 대역도 아니고 오리지널 캐스트 본인이 시작부터 그걸 그렇게 날리면 어쩌냐...

  만약 이런 단점이 없었으면 얘가 내 본진이 되었겠냐 하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얘가 본진이 되기엔 JOJ의 팬텀이 상당히 많이 심히 무척 매우 너무너무 (그만) 강했으니까.

(밤이 늦었으니 JOJ에 대해서는 다음에. JOJ 썰 풀려고 서론격으로 쓰고 있었는데 길어졌다;;;)

by 까망마녀 | 2012/01/16 03:32 | 뮤지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8)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 감상 2 : The Phantom of the Opera 25th Anniversary

* 이 글 시리즈들은 오페라의 유령 런던판 공연에 유난히 애정을 가진 팬텀덕후;; 가 쓰는 글임을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25주년 공연에 팬텀으로 등장하는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가 2004년에 라울로 등장하는 버전을 다섯 번 봤습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매우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나갈 예정입니다.

1월 4일 저녁 압구정 CGV에서 2회차 관람을 마쳤다. 참고로 1회차는 12월 29일 왕십리 CGV.


1. 상영분 사운드가 황이다 - 소리가 원음보다 1~2키 낮게, 아주 약간 늘어지는 소리로 재생된다.

 1회차 관람 때 감기약 먹어서 내 귀가 이상해졌나 했는데, 2회차 관람을 마치고 그게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인터미션 때 다른 음원 들어보니까 그건 멀쩡히 잘 들리더라고. 2막 들으면서 아예 기념공연 자체의 연주가 낮춰져 있는 건가 했다. 가능성이 있는 게, 연주 퀄리티가 황이었거든. 오케스트라가 엇박은 기본에 거하게 삑사리도 한번 내 주고, 코러스는 중간중간 돌림노래 신나게 돌려 주시고 그러는 게 어째;;; 그러나 집에 와서 유튜브 공개분이나 기타등등 찾아서 들어 보니 제대로 원음으로 공연 잘 하더만. 물론 삑사리나 돌림노래도 원음으로 나 주시고.

 최소한 압구정 CGV에서 이 공연 음향이 나빴던 - 본래보다 낮게 재생 -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압구정+왕십리 CGV 사운드가 이상할 수도, CGV 전체가 이상했을 수도, 국내에 들어온 디지털 소스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웹 돌아다니다 보니 일부러 음역 낮춰서 부르게 해 줬는데도 노래가 어쩌네 하는 소리가 있는데, 공연 자체에서 음역을 낮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리가 늘어져서 음정이 낮아진 것 같고, 이런 식으로 되면 음색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게 된다. 음정 멀쩡한 버전을 좀 찾아서 들어 봤는데, 크리스틴과 라울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뀌어서 꽤나 손해 본 느낌이다. 살짝 탁한 음색의 크리스틴 + 두툼한 소리가 나는 라울로 느꼈는데 전혀 아니잖아. 특히 크리스틴;;; 

 음정 낮아서 보면서 많이 거슬렸는데, 본 공연에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다행, 2회 합쳐 사만오천원이나 썼는데 늘어지는 소리를 듣고 왔다는 건 하나도 안다행.  블루레이 나오면 반드시 사서 다시 볼 거다. 한글자막은 끄고(...) 11월 중순에 나온 영국버전은 블루레이 사면 DVD 버전도 보너스로 들어 있다고 하던데, 국내 정발판에서 그걸 바꾸지는 않겠지. 그래야 해.


2. 이 공연의 팬텀이 곡 하나를 말아먹은 것이 공식적으로 인증되었다(...) 위의 원음이냐 아니냐를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 돌아다니다 알아낸 사실.

극장 상영본에서 흔들거리던 Music of the Night(http://www.youtube.com/watch?v=5tbkCgZQwzw)이 DVD 홍보용 영상에서는 멀쩡해졌더라고(http://www.youtube.com/watch?v=3gwZdkjpPds). 참고로, 누군가가 극장 상영본에서 따 온 듯한 첫번째 음원은 RUG에서 저작권 주장하면 바로 잘릴 거다...
DVD 내느라고 망친 곡을 재녹음한 게 분명하다 :D 오케스트라 삑사리나 코러스 돌림노래도 DVD판에서는 수정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팬텀을 맡은 라민은 연기 좋고 목소리 훌륭하고 노래도 아주 잘 하는 배우지만, 컨디션 떨어질 때에는 음정 조절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럴 때는 마치 흥분해서 언성이 높아진 듯 음정이 높아지거나 아니면 노래 가사를 대사로 바꾸는 애드립을 치는 '듯한' 소리를 내곤 한다. 진짜 흥분했거나 버럭 화 내는 장면에서 그러는 건 공연에 몰입한 듯 보여 오히려 괜찮은데, 하필 다른 곡 다 놔두고 Music of the Night에서 그 버릇이 나오냐고;;;



3. 자막 황이다;;;


4. 피날레를 다시 보니, John Owen-Jones 분량이 그나마 팬텀 넷 중 많은 거였더라. 하긴 네 사람 중에서 그 시즌에 실제 팬텀 뛰던 사람이 JOJ밖에 없긴 했지. 그래도 난 JOJ가 전막 다 불러주지 않으면 만족 못함 ;ㅅ;


+추가. 딴 얘긴데, 쓰릴미는 그동안 관객 충성도가 너무 높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묵은 버짓사태 터졌던 공연은 기업 대상으로 초대권 장사가 되는 공연이었으니 일반관객한테 콧대 세울 수나 있었지. 근데 여긴 절대 그거 아니잖아;;; '여성' 관객들의 '반복' 관람으로 먹고사는 공연에서 관객 심기 건드려놓고 뭘 어쩌려는 건지 참.

by 까망마녀 | 2012/01/06 01:51 | 뮤지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0)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 감상 1 : The Phantom of the Opera 25th Anniversary

* 이 글 시리즈들은 오페라의 유령 런던판 공연에 유난히 애정을 가진 팬텀덕후;; 가 쓰는 글임을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25주년 공연에 팬텀으로 등장하는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가 2004년에 라울로 등장하는 버전을 다섯 번 봤습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매우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나갈 예정입니다. 



0. 거두절미하고, 상당히 좋았다. 오피셜한 영상물 제대로 나온 게 거의 없는 공연이라 기대에 걱정에 체념까지 하고 들어갔는데, 예상보다 퀄리티가 아주 좋게 잘 나왔다. 컨디션이 아주 나쁜 상태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만족하고 나왔다. 4일에 재관람할 예정이다 - 서울시내 극장 탈탈 털어도 4일까지밖에 안 하더라... 막상 4일에 압구정 CGV 가서 보니까 매일 한 회씩 계속 하긴 하더라;;;
(감기약 먹는 동안에는 주변 모든 소리가 한두키씩 낮게 들리는 부작용이 있는데, 하필 이럴 때 이걸 봤다 orz)
 -> 1월 4일에 재관람했는데, 한두키 낮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CGV 문제든지 상영용 소스 문제든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이날은 감기약 영향은 없어졌을 시기인데도 낮게 들려서 아예 연주 자체를 낮춰 했나 했는데, 집에 와서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들이랑 이것저것; 찾아보니까 그건 또 키가 정상이야;;;






1. 몇몇 걱정했던 포인트가 있었는데, 다행히 대부분 마음에 들게 잘 뽑혔다.



 - 콘서트 형식이 아니라 공연 풀버전을 가능한 한 열심히 옮겼다
 : 이 점을 다행으로 여긴 건 저런 선례가 있어서다. 하필 같은 제작자(카메론 매킨토시)의 공연 중에 마이크 놓고 콘서트 형식으로 올라갔던 기념공연의 선례(레미즈;;;)가 있어서 이것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했었기 때문. 물론 원래 하던 극장이 아니라 장소를 옮겼으니 100% 똑같이 올라갈 수는 없지만, '콘서트' 아닌 '공연' 으로 올려준 게 어디야...
 세트가 대부분 줄어 없어지긴 했으나 의상과 음악, 대사는 거의 똑같이 갔다. 공연 서두의 '한니발' 부분에서 대사 축약이 조금 있는데(크리스틴 등장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져서), 그 뒤로는 그런 거 없다. 노래도 대사도 본 공연 그대로였으며, 무대가 달라서 동선이 몇 군데 달라졌다 뿐이지 연기도 똑같이 간다.
 (추가 - 그러고 보니 엔딩에서 해석이 달라진 게 하나 있긴 있다.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반지까지 건네 주어서 확인사살;을 한 뒤 떠나면서 라울과 부르는 All I Ask of You. 본 공연에서는 이 부분을 부르는 두 사람은 이미 저 뒤에서 배 타고 가는 중이기 때문에 딱히 곡에서 두 사람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고 무대 앞의 팬텀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팬텀 앞에 두고 두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부르는데, 크리스틴이 라울에게 확실히 마음을 정한 듯 시선을 옮기는 부분에서 두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후속편 스토리를 생각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장면인데, 후속편인 LND가 잘 안 돼서 런던에서는 1년 반 채우고 내렸다고 하니 이해는 간다;;;)



 - 공연 재현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 무대세트 비중이 높은 공연이라 다른 장소에서 공연하는 게 어떨까 좀 걱정했었다. 역시나 세트장치 대부분 빼고 스크린에 영상을 띄워서 처리했는데, 라이브로 볼 때는 어땠을지 몰라도 촬영본을 보니까 별로 어색하지 않더라. 어차피 내가 이 무대를 라이브로 볼 수 있었던 건 아니고, 본 공연은 외우도록 봤으니까 촬영본이 괜찮으면 됐음... 여기서 파생되는 이슈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고.



 - 배우들이 연기를 잘 했다.
 : 배우들 대부분이 인정범위 내/예상 이상으로 연기가 좋았다. 멕 지리 정도가 좀 별로였는데, 얘야 썩 중요하지는 않으니 뭐...;
사실 처음 팬텀과 크리스틴 캐스팅이 발표되고서 걱정을 한 바가지로 했었다. 운 좋으면 영상물로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된) 공연에서 이 사람들이라니...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는 팬텀 뛰던 동안 실제 나이도 젊었지만 연기 자체가 젊은 팬텀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게다가 후속작 Love Never Dies(LND)에서는 - 최소한 앨범판에서는 - 더한층 젊어져 크리스틴과 동년배로밖에 안 들리지 뭔가. 그런데다 역시 LND에서 애엄마 크리스틴을 했던 시에라 보게스(Sierra Boggess)라니... 어린팬텀+노숙한 크리스틴 조합은 내게는 최악의 조합이다. 난 팬텀이 아무리 젊어도 크리스틴보다 반 세대는 나이가 더 들어야 된다. 정신연령 어린 듯 징징대는 팬텀도 싫어;;;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민의 팬텀도 본인의 100% 컨디션까지는 아닌 듯 했으나 상당히 괜찮았고, 시에라의 크리스틴 해석이 보던 크리스틴 중 제일 괜찮았다. 이때쯤 스케줄이 비었다면 99% 확률로 이 무대에서 팬텀을 했을 John Owen-Jones(JOJ)가 메인으로 못 뛴 것이 매우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참고 : JOJ는 피날레에서 왼쪽 두번째에 있던 팬텀. 런던에서 2001년~2005년 초까지 만 3년 반 동안 팬텀을 했다. 흔히 말하는 팬텀 최장기록 1400회는 이 시절의 기록이다. 이에 더해 2011년 한 해 동안 또다시 팬텀을 했으며, 2012년 초에는 팬텀으로 영국 국내 투어를 돌 예정이다. 투어 스케줄 잡힌 것만 반년이 약간 넘는데, 이것까지 다 하면 만 5년 이상을 팬텀으로 보내는 셈. 내 마음속의 팬텀은 이 사람의 초강성 팬텀을 보았던 2004년 이후 쭉 JOJ로 고정이다. 만약 류정한이 영어가사로 팬텀 뛰면 바뀔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만 그렇게 공연을 올릴 리가 없잖아...;;; )

배우(내지는 라민, 플러스 JOJ)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넘쳐나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더 적을 예정.



 - 본공연에서는 절대로 못 볼 카메라각도, 그리고 피날레.
 : 카메라가 놓치는 사소한 장면도 있긴 하나, 사이드샷이나 풀샷, 배우들 얼굴 클로즈업 등등은 온갖 자리 투어를 다녀야 볼 수 있거나 아예 못 보는 위치들이다. 나름 팬텀빠(...)로서 가슴 두근거리는 자료이다;;;
 피날레에 JOJ가 나와서 좋았다. 아니 슬펐다... 분량이 너무 적어 ;ㅅ;
 (당연히 사라는 아오안하고 봤다... 언니 왜그랬어;;)



 - 다 떠나서, 오피셜 공연판 영상물이 영국버전으로 나왔다는 점.
 : 내가 좋아하는 무덤씬의 크리스틴-팬텀-라울 삼중창과 The Music of the Night 끄트머리에 기절한 크리스틴을 팬텀이 번쩍 안아다 눕혀놓는 씬은 영국판에만 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취향인데, 이 공연은 영국식 영어가 제맛이다 :)







2. 아쉬운 점



 - 무엇보다 라민이 팬텀을 했다는 점.
 : 매우 개인적이며 사소한, 징징거림에 가까운 아쉬움이지만 그래서 '나'한테는 더욱 아쉬운 점 -  '팬텀' 을 라민이 한 게 아쉬운 게 아니라 '라민' 이 팬텀을 한 게 아깝다. 물론 하긴 잘 했다. 연기 괜찮았고 팬텀 해석도 마음에 들었다. 노래가 100%까지는 아니었지만 뭐 괜찮다... (2010년에 봤던 양준모 팬텀이 해석도 노래도 완전 내 취향 밖이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어쨌든.)
 그러나 나의 몇 안 되는 얼빠질(...) 역사에 큰 획을 그어놓았던 배우가 팬텀 분장을 뒤집어쓰고 있는 영상을 봐야 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orz 얼굴내놔 이인간아 ㅠㅠ 나한테 니는 라울이지 팬텀이 아니라고오오오;;



 - 크리스틴 등신대 피규어(...)가 빠졌다는 점.
 : The Music of the Night 끝부분에서 크리스틴이 놀라 기절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크리스틴이 기절해서 바닥에 허물어지기 직전에 팬텀이 홱 낚아채 공주님안기(+_+)로 데려다 눕히는 씬을 내가 좋아한다. 그리고 이 버전에서 피규어(...)가 빠진 결과, 그냥 멀쩡히 있던 크리스틴은 팬텀이 낚아채는 바람에;;; 기절한 것처럼 보인다...
 저 혼자 연주하는 피아노는 갖다 놨으면서 이건 왜 뺐을까; 정 안 되면 영상으로 넣었어도 됐겠구만...



 - 무대세트 대부분을 스크린으로 처리했다는 게 나쁘지 않았다는 점, 그 자체.
 : 이 공연은 괜찮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앞으로의 무대구성까지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2년 봄부터 JOJ가 메인을 뛰는 팬텀 영국 국내 투어가 시작된다. 이 투어에서는 기존 공연과 똑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의상 안무 무대 등을 새로 리뉴얼해서 진행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눈에 밟히는 점이 두 가지.
 하나는 투어 스케줄이다. 한 도시에서 약 5주씩 공연을 진행하며, 다음 도시 공연과의 텀은 4일이다.
 둘째는 무대 디자이너이다. 이 투어 무대의 디자이너는 이번 25주년 기념공연의 디자이너와 같은 사람이다.

이 공연에 버닝해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인상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장치에 돈이 엄청 들게 생겨먹었다는 점이다. 저런 짧은 텀에 짧은;;; 공연 기간으로는 도저히 비용이 뽑힐 것 같지가 않다;; 무대 디자이너가 같은 것으로 보아, 저 투어 무대는 대부분의 무대 장치를 스크린으로 때우는 버전이 될 것 같다.

 몇 년 전에 미스 사이공이 리뉴얼 버전으로 영국 국내 투어를 돈 적이 있었다. 미스 사이공 홍보의 핵심 중 하나였던 '무대 위 헬리콥터'를 스크린으로 대체한 버전이었다.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라이센스 공연에서도 헬리콥터는 스크린 속에서 날았다.
(순전히 짐작만으로 하는 예상이긴 하지만) 만약 저 팬텀 리뉴얼 투어가 미스 사이공과 같은 수순을 밟는다면, 앞으로 새로 올라가는 투어/라이센스 공연에서는 대부분의 무대장치 대신 스크린을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제작자가 다르면 모르겠는데, 둘 다 카메론 매킨토시 제작이라 좀 불안하다;;;

내 예상대로 될 경우의 장점이라면 단연 공연 올리기가 매우 쉬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1년씩 극장 잡을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 영어권 팀이 투어 돌기도 쉬워질 거고. 영국팀으로 투어 한번 안 오려나... JOJ나 라민이 한국투어 오면 스크린 아니라 아무것도 없이 빈 무대라도 오케이인데 >_<

by 까망마녀 | 2012/01/02 21:44 | 뮤지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0)

2011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감상

1. 남싱

 - 1위한 패트릭 챈... 은 쩔었다. 이 기량 유지만 한다면 다음 올림픽이 러시아 아니라 구소련에서 열려도 1등 확정이다. 몸보신 잘 하기만 바라고 있음.
 - 2위한 코즈카도 프리는 잘했더라. 뭘 해도 맹숭맹숭하긴 하지만 기술은 깔끔한 선수라. (일본선수 적대감 쩌는 피갤에서도 얘 기술갖고는 별로 안 까더라...) 점수가 상당히 후하긴 했는데, 프로토콜 보니 인플레이션 없어도 2등은 맞겠더라. 그치만 후했지...
 - 3위한 가친스키 점수가 심히 후했다. 프로토콜 뜨기 전에는 코즈카 뭐임 했었는데 프로토콜 보고 완전히 생각 바뀌었음. 코즈카는 안 퍼줘도 2등 맞는데, 얘 안 퍼줬으면 등수가 바뀌는걸;;; 프리 PCS가 쥬벨보다 높은 거 보고 뜨악했다. 이것이 마더 러시아의 위엄인가! 하긴 그래봤자 오다가 계산 안 틀렸으면 메달따위 없었을 거(...)
 - 4위한 브레지나는, 잘 하는 선수긴 한데 아직 '점프만' 잘 하는 느낌이 커서;;; 후반에 2연속 꽈당하는 것도 그렇고, 연기에 별 느낌이 없다. 지금 얘랑 코즈카를 연기로 비교하자면 차라리 코즈카 편을 들겠음. 코즈카는 완성된 맹물연기(;;;)라는 삘이라도 있는데, 얘는 아직 뭐가 완성됐다는 느낌도 아니어서. 차차 나아지길 바랄 뿐.
 - 5위한 다카하시가 운 안 따라주긴 했는데, 초반에 스케이트 날 안 풀려서 안 멈추고 그냥 했어도 점수는 그냥 그렇게 나왔을 거 같다(...) 솔직히 처음 점수 떴을 때 코즈카만큼 뜨악하긴 했는데, 프로토콜 보니까 뭐 그냥 그렇다. 시즌 내내 PCS는 최상급 고정이었고, 팝해버린 첫 쿼드는 제대로 된 적도 없었으니까 없는 셈 치고 보면 별 차이 없겠던데.
 - 6위한 오다는 초반부터 자약룰을 어겨 클린해놓고도 메달을 날렸다(...) 진짜 본인만 빼고 관계자 모두가 당황하는 게 눈에 확 보이던데;;; (아, SBS 해설하던 방상아위원도 빼고. 점수 나올때까지 3T 세번 뛴 데 대해 아무말 없는 거 보고 내가 놀랐음;;) 한두번이 아니라고들 그러길래 좀 찾아봤는데 얘, 모든 월드 프리에서 자약룰 에러 꼭 하나씩 냈더라? 그것도 모조리 컴비로;; 그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참;;
 - 7위한 쥬벨은, 아... 쇼트때 왜그랬어;;; 날린 컴비만 복구했어도;;;
 - 8위 아모디오... 경기에서 갈라쇼를 하는 그대는 용자!

쇼트에서 챈 신기록 뜨는 거 보고서 바뀐 룰인데도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니 하면서 처음엔 좀 많이 놀랐었다. 근데 예전 신기록 프로토콜 보니 쇼트고 프리고 의외로 허술한 구석이 많아서 오히려 진작 안 깨진게 이상할 정도. 특히 프리는 굳이 챈이 아니라 코즈카가 쿼드 넣고 클린만 했어도 1~2점 정도는 쉽게 깰 수 있는 신기록이었고, 실제 이번에 점수도 구 신기록보다 높았지 - 좀 많이 뛰어넘긴 했지만.
이번 결과를 보니 남싱에서 노 쿼드 금메달리스트는 역시 지난번이 드문 일인 듯 하다. 라이사첵은 경기 안 나오길 잘했다(...)




2. 페어.. 는 그리 열심히 본 건 아니라서 간단히.

어쨌든 메달 세개 다 확실히 제 주인 찾아간 건 페어가 유일한 듯 하다. 사브첸코/졸코비는 참 잘 했고, 팡/통은 실수가 참 아쉬웠고. 볼로소자/트란코프가 생각지 않게 잘 하더라. 두 팀 깨고 잘 하는 두 사람만 뽑아 새로 만든 조라던데, 1년만에 이렇게 호흡이 맞다니 신기했다. 페어하러 귀화까지 한 유코는 안 됐지만 곧 버려질지도;;




3. 연아.

연아... 아아, 연아.

쇼트 의상, 솔직히 본격 발레복삘을 바랐었기 때문에 상당히 의외였다. 예쁘긴 참 예쁜데 너무 발레와 거리가 먼 느낌이라, 차라리 프리 의상과 바꿔 입는 게 내 취향에는 더 맞았을 것 같다.

프리의상은 처음 공개된 거 딱 보자마자 이상봉인가 하는 느낌이 확 왔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상봉의 연아 의상에서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치맛단과, 상당히 거슬리던 팔부터 목둘레까지를 감싸는 그 거무스레한 천 - 그 두 요소가 다 들어 있어서. 팔~목둘레는 디자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천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데, 검은 색인데도 너무 비쳐서 바느질 부분이 적나라하게 다 튀는 게 항상 거슬렸다. 그 봉제선만 아니면 솔직히 비치든 안 비치든 상관없는데...;; 의상 자체는 (그 시스루 천만 빼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프로그램도 좋았는데 하나, 프리 음악에서 구음 딱 시작하는 순간 잘 해도 PCS 거의 안 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 듣기에 너무 생소해;;; 이번 경기가 이 프로그램으로 두번째이기만 했어도 조금 더 익숙해질 수도 있었겠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할 찬스라도 있었겠지만 이건 첫공개에서 시즌 엔딩이라서 그건 좀 어렵겠지. 반면에, 연아네가 이번시즌 주욱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느낌의 코멘트를 계속 했었는데 왜 그랬는지 확 이해가 되기도 했다.

경기내용은 뭐, 자세히 말 안 할란다... 수고했어, 연아야 ;ㅅ;
(그와 별개로 남자 아나운서 이번 중계는 좀 까여야 함. 오랜만에 피겨 중계라서 흥분했는지, 생각없이 아무 말이나 대충 하더라. 마지막 경기 어쩌구도 그렇고, 점수 덜 나왔다고 억울해할 다른 기술 다 놔두고 하필 싱글처리한 살코 컴비와 팝한 플립에 가산점이 없느니 하는 것도 그렇고. 목소리에 어찌나 원통함이 배어나오던지, 그거 듣고 원래 가산점 줘야 되는 걸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 심지어는 살코컴비가 아예 0점처리된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 보통 싱글점프 붙은 컴비나 팝한 점프는 자체가 아무리 깔끔했어도 가산점이 0이거나, 미세하게 마이너스가 되는 편이다. 게다가 팝해서 1F면 가산점 붙어도 0.0x 단위밖에 안 된단 말이지;; 까는 사람들이야 그렇다쳐도, 규칙 잘 모르고 그냥 피겨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 듣고 엉뚱한 소리 하게 되는 건 좀 아닌데.) 

결과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몸조리 잘 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올림픽 전까지 월드는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이니까...
(세계선수권은 결과에 따라 그 다음해 세계선수권 출전권, 혹은 올림픽 출전권까지 결정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대회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출전권 따 올 선수가 연아밖에 없기 때문에 연맹에서는 계속 나가라고 압박을 가할 것이고, 연아 본인 역시 무책임하지도 무개념하지도 않은 애니까 최소한 월드는 나갈 것 같다... ATS에 민정이와 해진이를 영입했으니 지금까지의 연아라면 그 아이들을 책임지기 위해서, 월드 데려가기 위해서 힘들어도 나갈 거다 ;ㅅ;)



4. 여싱

 - 안도... 점수가 상당히 후했다. 내가 보기에 여싱 1,2위는 연아가 못 받아서보다는 안도가 후하게 받아서 갈린 거다. (연아 점수가 박한 것도 맞는데, 클린 못한 연아는 항상 딱 이 정도로 박했지 -_- 언제나 그렇듯이;)
  안도 점수가 얼마나 후했는지 알아보려면 연아가 아니라 과거 아사다 마오 점수를 봐야 한다.
 2007년 월드에서 아사다는 133점을 받앗다.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필수 스핀이 하나 더 많았어서, 요즘대로 스핀 하나 빼면 이번 안도 점수랑 거의 비슷하게 130으로 보면 맞다. 근데 그 점수, 트악에 3-3까지 인정받아서 나온 거란 말이지... 게다가 자국에서 열린 월드여서 PCS도 일본 선수들에게 조금 후한 편이었고.
 근데 이번에 안도가 러시아에서 거의 똑같은 점수를 받았다. 3-3도 트악도 안 뛰었는데! 노미스도 아닌데! 오마이갓...
 (아 물론 그때의 아사다도 노미스 아니었다. 2A-3T로 계획했던 점프 하나를 실패했다 - 이번 안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아사다가 망해서 조용한 것 같은데, 사실 이 점수는 연아팬 이전에 아사다 팬이 먼저 열받아야 할 점수인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안도에게 이번 시즌이 최고로 잘 '된' 시즌인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모로조프가 정말 안도에게 딱 맞는 전략을 짠 듯. 기술점을 최대로 뽑아내도록 안무 거의 없이 점프를 대부분 후반부에 배치해 준 게 안도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거기에 연기 못하는 안도를 위해 애가 음악에 못 맞추든 표정이 안 어울리든 상관없을 정도로 빵빵 터지면서 듣기 쉬운 음악을 쓴 것도 주효했고. 항상 첫 포즈 잡을 때까지는 뭔가 촉촉한 사연 가득한 여인네 느낌을 팍팍 뿜어내다가, 동작 시작하면 포스고 분위기고 홀랑 까먹어 버려 산드라 베직이 사랑하는 표현력을 지닌 안도라서(...) 아니 왜 그 연기하기 딱 좋은 마스크를 하나도 활용하질 못해 orz 여튼 올림픽 때보다 난이도가 낮아졌는데도 낮아진 거라긴 뭐한데 높아진 건 아니지; 여튼 올림픽보다 훨씬 점수가 높아진 거 보면(...) 아니 그렇다고 해도 모든 요소에서 이렇게 갑자기 점수가 확 뛸 수가 있나;;
 안도의 다음 시즌이 이번 시즌보다 더 나을 것 같지는 않지만 크게 덜할 것 같지도 않아서, 연아와 마찬가지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은퇴는커녕 한 시즌 스킵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얘가 안 나오면 월드 티켓이 줄어들 정도로 아사다가 죽쑤고 있어서(...)


- 이번 여싱 1-2위와 3-4위 점수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고, 그야말로 심판이 누구 손을 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온 셈. (안도 손을 좀 심하게 들어 주긴 했음;)

- 3등한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쇼트 프리 합쳐 실수를 3개 했다. 실수 갯수는 연아랑 같은데 실수 하나하나가 연아보다 컸고(넘어진 것도 있으니...) 무릎 부상 때문에 전체적으로 점프를 좀 쉬운 것들로 골라 구성해 왔으니 점수가 더 내려간다. 그래도 워낙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 실수 하나 한 레오노바보다 순위가 높았다. 부상 때문인지 그냥 그런건지 프로그램이 좀 심심하긴 했는데, 워낙 실수투성이 카롤리나여서 그런지 그동안 이 선수 프리 본 것 중에는 제일 나았다.
 (여싱 기본기는 최근에는 주로 연아>카롤리나>그 외 나머지 순서로 보고, PCS도 그 정도를 따라간다. 안도가 PCS를 카롤리나와 거의 동급으로 받은 건, 역시 후했다;;;) 
- 4등 한 레오노바가 참 불쌍하다면 불쌍하다. 쇼트 프리 합쳐 3-3도 두 번이나 뛰고, 자국 버프도 받았는데 소숫점차이로 메달을 놓치다니;;; 실수 딱 하나 해서 날린 점수도 안도랑 비슷하고 가산점도 자국 경기라 그런지 상당히 후했는데, 안도 점수가 하도 후해서 얘 점수 후한 건 묻혔다;;;
- 5등의 시즈니도 참 아깝다. 얘도 점프 하나만 덜 넘어졌으면 동메달인데. 평상시 레이백 스핀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가는 선수인데, 쇼트에서 견제당했나 레이백에서 연아보다 점수를 못 받았다. 연아 레이백이 이번에 매우 훌륭해지긴 했다. 하지만 시즈니 레이백이 연아보다 낮을 필요는 없는데;;; (물론 스핀 레벨은 4 나왔다. 다른 경기의 3레벨을 이번 경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즈니 스핀은 쇼트/프리 모두 레벨 4가 맞다.)
- 6등한 아사다는 참...; 올시즌 시작했을 때부터 얘야말로 시즌스킵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을 위해서도, 피겨 보는 사람들 눈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어거지로 질질질 끌려 나오더니 결국 쇼트 프리 합쳐 언더로테이티드 아닌 다운그레이드만 무려 세 개를 맞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아니 아무리 스폰서 문제가 있어도 그렇지, 일연맹은 어떻게 저 꼬라지가 된 애를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풀로 대회를 뛰게 하나;; 저 상태면 연습때부터 엉망이었을 텐데. 얘는 한두시즌 쉬게 하지 않으면 부활할 가능성 1%도 안 돼 보인다... 쉰다고 부활할 것 같지도 않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굴러떨어지진 않았을 텐데. 인기 떨어지면 누드집 등으로 마지막 뽑아먹을 거 다 뽑아먹고 사창가에 팔아넘긴다는(...) 일본 연예기획사 도시전설이 떠오를 지경. 얘는 하나도 안 불쌍한데(충격의 쇼트 의상으로 내 눈을 버려놨는데 불쌍은 무슨... 저런 의상은 그냥 지가 알아서 입은 거지 누가 입으래서 입을 수 있는 게 절대 아님;;), 무슨 연맹이 자기네 탑선수를 이렇게 다루나 싶어서 좀 그렇다.



5. 아이스댄스

 - 여싱 끝났을 때까지는 그냥 아깝다... 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다. 사실 연아 우는 거 보고 반쯤 사고가 마비되어서(나중에 인터뷰 보니 억울해서 울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시상식 보면서는 그런 생각 안 들 수가 없었지;) 점수를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댄 끝나고서야 뒤늦게 폭발.

 - 쇼트댄스부터 감이 이상하긴 했다. 클린한 버츄/모이어(캐나다)랑 트위즐 어긋난 데이비스/화이트(미국)의 점수 차가 0.5밖에 안 났으니까. 트위즐에서 차이난 점수를 이래저래 메꿔서 0.5 아래까지 추격하게 해 놓은 것이, 여싱 쇼트 점수와 미묘하게 비슷한 모양새가 아닌가. 이 두 팀의 격차는 둘다 클린하면 버츄/모이어가 살짝 더 높게 받는 수준이었는데, 이 경기에서 PCS는 데이비스/화이트가 살짝 더 높게 나왔다. 뭔가 좀 아닌데...

 - 그리고 프리댄스. 끝내주게 핫한 프로그램의 버츄/모이어가 월드베스트를 받아서 1등이구나 했는데 잠시 후 데이비스/화이트가 4점이나 더 높은 점수로 1위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진 시상식. 포디움에 오른 세 팀이 모두 같은 코치 밑에서 훈련하는 팀이고(으악;), 그래서인지 은메달을 받아가게 된 두 사람은 연아처럼 울지도 못하고 시종 방긋방긋 웃고 있어야 했다... 물론 얘들도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하다 월드에서 잘 했으니 그냥 기뻐서 웃는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 아니다. 이건 뭔가 아니다.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기에는 같은 채팅방 사람들 반응이 심상치 않았고, 해설아던 방상아위원도 (현역때 아댄선수였다 함. 아댄에 없는 점프는 가끔 헷갈릴 수 있어도 아댄을 잘못 볼 리가...) 어이없다는 반응에, 무엇보다 점수차이가 너무 컸다. 빅실수 하나 정도는 해야 나는 차이인데, 데이비스/화이트가 잘 하긴 했지만 버츄/모이어보다 잘 한 건 아무리 봐도 아닌데;;; 여싱은 연아가 실수라도 더 많이 했지, 근데 얘들은 뭐냐고;;; 끝내주게 잘 해 놓고, 쇼트에서 실수했던 애들보다 못 받았다. 연아/안도처럼 다른 레벨 취급받았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급을 따지면 버모네가 살짝쿵 위인 애들인데 이게 뭐야!

 - 시즌 내내 그랑프리 안 나온 페널티인지, 피겨강국에 밀린 건지(캐나다연맹도 세지만, 미국연맹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쨌든 같은 날 벌어진 두 경기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현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둘이 한꺼번에 당한 거다. 와우; 여싱까지 마비돼 있던 게 한꺼번에 여기서 뻥 터져서 열이 확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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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이 아파 진통제에 절어서 정신없이 갈라 연기를 했던 연아는, 그래도 귀국해서 방긋방긋 웃고 있다. 다행이다. 

by 까망마녀 | 2011/05/02 18:52 | 연아, 피겨스케이팅 | 트랙백 | 덧글(15)

모 뮤지컬 모 캐스팅 소식에 대한 생각.

물론 모차르트! 의 ㅅㅇㅈㅅ 이야기.
(이 글에서 일부 고유명사에 초성만을 사용하는 것은 검색을 피하기 위해서임. 다른 의도는 절대 없음.)


우선 '원작자의 오케이 사인' 이야기에서 나는 더욱 불안해졌다. 마테의 예가 있으니까;;;
(마테 팬분께는 죄송;;;)

마테가 누구냐면, 모차르트! 제작팀의 최대 히트작인 '엘리자베트' 에 출연했던 배우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4aUQ75rIEfc&feature=related
위 링크의 영상에서 금발을 반머리로 묶은 사람이 '마테 카마라스' 라는 배우이고, 그가 맡은 역은 '엘리자베트' 의 남자주인공인 '죽음' 이다. 그리고 이 배우가 연기했던 죽음은 엘리자베트 역사상 가장 희한했던 죽음이라고 봐도 될 거다.

일반적으로 죽음이라는 역할에 어울리는 단어는 '유혹적, 도도함, 카리스마, 강력함, 남성적' 등등이다. 그러나 이 배우가 연기했던 죽음은 '여림, 애처로움, 풋사랑, 소년, 귀여움;;;'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높은 곳에서 여주인공을 내려다보며 삐딱하게 웃는 고양이 같은 죽음들 틈에서, 이 죽음만은 치마 물고 낑낑대며 쓰다듬어 달라고 보채는 강아지 같다.

아니 다 떠나서, 죽음을 연기했던 다른 배우에 비해 노래가 많이 떨어진다...

다른 역할들은 괜찮은데 유독 얘만 연기도 노래도 확 다르다. 다른 시기도 아니고 10주년 기념공연, 못해도 1년은 될 상연기간 내내 메인으로 나왔던 남자주인공이;;;
(비유하자면 - 동요에 트로트가 미묘하게 섞인,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나름 재밌기도 한 노래가 앨범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게 부르는 가수들(부드러운 발라드로 유명한 미모의 남성그룹)과 전혀 안 어울릴 뿐 아니라 들으면 들을수록 부르는 사람들의 재능 낭비로만 들려서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하필 이 노래가 ㄷㅂㅅㄱ 10집 타이틀곡이 되어 버린 상황 비슷할 것 같다;;;)

10주년에 이 배우라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눈물나는 건 유일한 DVD판의 남자주인공도 이 배우라는 사실이다.

물론 ㅅㅇㅈㅅ군의 노래 실력은 마테보다는 훨씬 나을 거다(ㄷㅂㅅㄱ의 이름이 허명은 아닐 거라는 생각과 내가 마테 노래를 괴로워하는 것까지 합쳐서. 마테, 익숙해지면 열심히 하는 것도 보이고 귀엽기도 하지만... 여전히 노래는 못 듣겠더라;;).

그러나 하필 마테가 DVD를 장식했다는 사실로 인해, 나는 원작자의 기준을 불안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테보다 나으면 그냥 다 좋은 것 아닐까? (야;) 설마 외국이니까 마테처럼 파격적인 캐스팅도 괜찮다고 여기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ㄷㅂㅅㄱ는 그 정도로 만만한 그룹은 아니니까. 우리나라 탑 아이돌이 공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뻘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사실, 기본적으로는 누구라도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는 자리였다. 땜빵에다 연예인이니까.

정식 오디션을 치르지도 않았고(누군가 빠진 빈자리를 급히 채워야 하는 것이니 긴 단계 다 밟을 수도 없었겠지만), 한창 연습 진행되는 중간에 끼어들게 되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실력을 검증받을 시간도, 연습할 시간도 모자라는 것이다. 경력있는 뮤지컬 배우가 들어가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나는 경력있는 뮤지컬 배우가 연습부족인 상태로 무대에 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뮤지컬 배우로만 20년쯤 되는 경력을 가진 박해미씨가 그 주인공. 5년 전 - 방송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뛰었던 맘마미아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났던 그녀였건만, 재작년의 '스위니 토드' 에서는 부족한 성량에 대사까지 씹어먹는 모습을 보여 주지 뭔가;;;)

물론 EMK라는 기획사의 특성상 그 빈자리를 전문 뮤지컬 배우로 채울 리는 만무하다. 뭘 해도 연예인을 끼워넣어 홍보하는 일을 반복해 온 회사이고, 무엇보다 빠진 사람이 연예인이면 들어올 사람도 연예인일 것은 뻔하다. '가수 조성모의 뮤지컬 첫 도전' 을 내걸고 홍보하려고 했는데 못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새로 뽑힐 사람도 뮤지컬 경력 없는 연예인이어야 아귀가 맞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뮤지컬을 많이 보아 온 사람들은 수많은 공연에서 연예인의 첫 도전이 어떠했는지 경험하여 알고 있다. '연예인치고 괜찮았다' 는 평은 가끔 나오지만, 그 이상의 좋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ㅈㅅ군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 해도 근심의 소리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ㅈㅅ군 자체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우선 표도 없고. 만약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티켓은 나보다는 그의 팬에게 가는 편이 낫다. 음색이 역할에 안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다른 모차르트들 역시(빠지게 된 조성모를 포함해서) 썩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됐다. 어떻게 생각하면 좋은 점도 있다. 초보가 하기에는 분명히 버거운 역할이지만, 기왕에 하게 된 것 연습이나 연구를 게을리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아이돌' 은 설렁설렁 해서 6년이나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떤 재능을 타고났다 해도 꾸준한 노력과 연마가 없이 최고가 될 수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고, 따라서 분야가 다르다 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을 연마하는 것 자체는 몸에 배어 있을 거라고 본다. 게다가 현재 그룹의 행보가 애매해져 버렸으므로 대충 했다가는 큰일난다. 이만한 티켓파워를 지닌 연예인 중 이만큼 열심히 해야 하는, 그리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도 드물다.

(노력만으로 다 메워지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최소한 '촉박한 날짜' 만은 누구라도 이겨내기 힘든 조건이다. 게다가 위에 썼듯 나는 이 기획사에서 조성모 대타를 구하는 조건에 티켓파워와 인지도, 그리고 뮤지컬경력 없음(...)을 반드시 고려하리라고 생각한다. 그 조건 하에서라면 이 이상의 선택도 달리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캐스팅에 대한 근심과 우려의 목소리는 다른 아이돌 캐스팅 때와는 비교가 안 될만큼 크고, 위에 주절주절 적어 놓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렇다. ㅈㅅ군의 팬들로서는 섭섭한 일이겠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팬덤의 규모 자체가 다르니까.

팬 중 무개념한 극성팬이 일부에 불과하다 해도, 기본 팬덤이 크면 극성팬의 숫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팬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숫자도 많고 움직임도 활발한 곳이다. 극성팬이 천분의 일이라면 800명은 된다는 것이고, 백분의 일이라면 팔천이나 된다! (예전에 개콘에서 왕비호가 외쳤던 80만을 기준으로. 지금은 더 많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일부 극성팬은 이미 뮤지컬 커뮤니티나 관련 블로그 등등에서 암약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 중 한 명이 공연 도중 꺄아아아악 하고 환호의 비명을 지르기라도 한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삼천명 중 그런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가 쉬울까. 지금 현재 개념팬들이 자정작용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 물을 흐리는 데는 미꾸라지 한두 마리로도 충분하고, 미꾸라지에게 주인이 있다면 그 책임은 모조리 주인의 것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극성팬이 아니라 해도 다른 문제도 있다. ㅈㅅ군이 잘했든 못했든, 그의 팬이 아닌 사람들은 그의 무대가 어땠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이쪽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싶어한다 해도 티켓확보력의 차원이 다르니까. 평균 한 달 안팎의 선택지 중에서 '그날 좋은 자리가 없으면 다른 날 봐야 되나' 를 먼저 고민하던 팬덤과, 끽해야 이삼일의 선택지를 놓고 '아무 자리라도 좋으니 볼 수 있다면' 하고 두손모아 빌던 거대팬덤의 전투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마 ㅈㅅ군이 무대에 서는 날에는 일반 뮤지컬 팬은 정말 몇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후기나 평을 써 봤자 얼마나 되겠나. 입소문의 힘이 센 이 동네 특성상, 일반관객의 평이 거의 없다면 ㅈㅅ군에 대한 평가는 나오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잘했다 나쁘다가 아니라, 아예 어떤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팬들의 평가에 콩깍지나 쉴드가 안 쳐졌다고 믿기에는 이미 극성팬들의 물관리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 버렸고(...)

(그러니까 자리를 비워라 - 는 미친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ㅈㅅ를 아끼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은 이상, 이런 현상은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저 바라는 건, 개념팬들이 많이 활약해서 다른 배우나 스탭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 것 - 관계자에게 ㅈㅅ가 찍히지 않도록 말이다. 거기에 2차 예매분에서 민영기씨와 ㅈㅅ군의 출연일정이 분리되기만 한다면 좋겠다. 민영기씨 팬들, 이대로라면 티켓팅이 불가능한 수준이잖아;;; 나는 그분 팬까지는 아니지만, 화성에서 정조 하실 때 완전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볼 수가 없어어어어(...)



그리고 이 장문의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눈치채셨을 것이다. 공연의 질 등에 대해서도 포기했고(보긴 보겠지만, 일단 표가 잔뜩 팔렸는데 퀄리티에 신경이나 쓰겠어 이 회사;;) 특히 기획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포기했다. 햄릿 올렸던 데라서 아무 생각 없었는데, 드라큘라도 여기서 올라갔다는 걸 알았을 때 헛웃음만 나오더라. 모차르트!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햄릿이 괜찮았던 건 그냥 기적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돈이 벌리게 됐으니 엘리자베트도 올라갈 것 같긴 하다. 또 이런 식으로. 어디서 올라가도 루돌프 황태자 정도는 연예인이 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보니 어쩌면 젊은 남성이 어거지로라도 맡을 수 있는 배역은 모두 아이돌로 채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오마이갓.
그래, 죽음도 루케니도 포기한다 쳐. 그치만 제발 씨씨는 연예인 쓰지 마...

by 까망마녀 | 2009/12/04 00:02 | 뮤지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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